새롭게 리모델링한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넓고 웅장한 대형 서점에서 방대한 책들을 보며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다. 중학교 1학년때 영웅문을 하루종일 서서 읽었었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그리고 나서 잠시 뜸하기도 했지만 필요할땐 항상 그자리에서 나를 반겨주었던 교보문고였다. 특별히 책을 사지 않아도 그냥 거기있으면 맘이 든든하고 행복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책을 정말 좋아라 하는 아내와 한달에 한두번은 꼭 교보문고에 가곤 했다. 그냥 둘러만 봐도 좋은 곳, 교보문고는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강남에서 일을 할때 가끔 강남교보문고에 가기도 했고,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이 화려하게 오픈하고 나서 가깝기도 해서 가끔 가는데, 뭐랄까.. 맞지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보다 사람중심적이고 각종 편의시설은 훨씬 좋지만 광화문점이 주는 행복감을 주진 못하는거 같았다.
올초 2월인가 3월인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는데 리노베이션 안내를 하고 있었다. 4월부터 4~5개월 정도 리노베이션을 하니 임시로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많이 아쉬웠지만 뭐 어쩌겠는가. 바쁜 일상을 보내며 필요할때면 가끔 동네 서점과 영등포점을 이용하던 중 얼마전 리노베이션 완료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맘으로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족들과 찾았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지 주차하기 위해 30여분을 기다리다가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군데군데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깔끔하게 만든 투명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점에 첫발을 내딛은 순간의 느낌이란.. 음.. 참 어수선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사람들을 비집고 한바퀴 둘러본 소감은... 좀 실망스러웠다. 강남이나 영등포점을 따라하고싶은 의도가 많이 느껴졌다. 바닥은 고급스런 마루에 책장은 전부 우드.. 터치스크린의 도서검색장치, 넓은 계산대 등등 많이 개선된 모습이었지만 뭔가 어울리지 않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느낌이었으리라.. 하지만 누가 뭐라든, 나와 30여년을 함께한 교보문고는 그렇게 내 추억 속에 남은 채로 사라진 것이다. 어쩌겠는가 세월은 변하는 것이고 이것이 지금의 트랜드인것을. 너무 복잡해서 자세히 책을 볼 엄두는 못내고 아내가 좋아하는 만년필과 노트 몇권 사는걸로 교보문고 투어를 마쳤다. 사람중심이 아닌 책 중심의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교보문고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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