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0일 월요일

꿈의 도시 - 은행나무, 오쿠다 히데오 저/양윤옥 역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본의 유메노라는 작은 도시에 사는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꿈을 안고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을 참 맛깔나게 그려냈다. 현재 일본의 시대상이 참으로 절묘하고 날카롭게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상황과 너무도 흡사해서 깜짝깜짝 놀라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사소한 곳에서 문득 발휘되어 나오는 작가의 냉철한 통찰력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매끄러운 문장 하며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소설이다. 이렇게 감탄하면서 책을 읽어본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어느 한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비중있게 등장한다.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공무원, 도쿄 여대생을 꿈꾸며 공부하는 여고생, 노인들이나 어리숙한 주민을 상대로 사기 영업을 하는 전직 폭주족으로 이루어진 회사원들, 아버지의 정치자산을 물려받아 더 높은 출세를 꿈꾸는 재력가 시의원, 그 외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주부 등 다양한 인물들이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도시 유메노. "꿈의 도시"라는 이 책의 제목은 한장 한장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 역설적으로 "꿈이 없는" 도시라는걸 알게 되고,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걸 느끼게 된다. 젊은사람들은 죄다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힘없고 돈없는 이들이 남아 체념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떠날생각이 없는 젊은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비를 받기 위해 편법을 쓰고, 주부들은 원조교제라는 이름으로 매춘을 한다.부패한 정치인과 조폭출신 기업가의 어두운 면들은 우리네 신문이나 뉴스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이다. 꿈의 도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일본 사회의 아픈 구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남의나라 일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거운 내용을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ㅎㅎ


읽은책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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