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소정이가 번역한 책들 중에 거의 소설만 읽는데 소설작업을 가끔 하는지라..ㅎ 한동안 리안모리아티 작품들 읽었는데 이 소설의 작가는 생소하다. 셀레스트 응. 궁금해서 보니 젊은 동양인의 모습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다문화 국가이고 여러 인종이 다양하게 어울려 살아가고 있겠지만, 왠지 미국인 하면 하얗고 눈이 파란 금발이 먼저 떠오르는걸 보면 사람의 편견이란게 참 무섭다. 이 소설의 내용도 이런 편견에 맞서는(맞서면서 무너져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이 책의 첫 페이지 첫 문장이다. 리디아는 제임스와 메를린의 딸이다. 여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시기에 당당하게 관행과 편견에 맞서며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메를린은 동양인 2세인 하버드 강사(결국 하버드 교수임용에는 실패한) 제임스와 결혼한 후 꿈을 포기할수밖에 없었고, 제임스는 백인 주류 사회에서 중국인 2세라는 핸디캡을 견디며 대학 교수까지 됐지만 동양인 모습을 한 자녀들이 혹여 왕따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아빠다. 메를린은 본인이 포기한(할수밖에 없었던) 의사를 만들기 위해, 제임스는 동양인의 얼굴이지만 그나마 파란 눈을 가진, 메를린을 가장 닮은 리디아를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 그 사랑하는 방법이 비록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닌 본인들이 되고싶었지만 될수 없었던 것들을 이루게 하기 위해 아이를 독려하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는게 불행이지만 말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가족들의 비밀들이 밝혀지는 과정들이 무척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 안타깝고 슬프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에 휘둘리는 인생이라니..
메를린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꿈을 포기했고, 엄마가 쓸쓸이 죽은 뒤에는 다시 의사가 되려고 가족을 떠났지만 막내 한나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모든걸 포기한다. 그리고는 리디아에게 모든걸 쏟아부으면서 의사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리디아는 자기처럼 살게 하지 않기 위해...
책을 덮고 나서도 메를린의 독백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좋은 아내라면 기본적으로 여섯가지 계란 요리법을 알아야 한다. 그게 좋은 여자의 의무다. 그래서 슬프냐고 ? 그래, 정말 슬펐다. 계란 때문에. 그리고 모든 것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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