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7일 수요일

<필리핀 생활 9일차> 지프니를 타다.

2017년 12월 26일

오늘까지는 크리스마스 연휴이다. 어제 시내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인데다 마지막 연휴라고 아이들은 쉬겠다고 해서 나랑 소정이만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도 오전과 오후에 SM몰까지 가는 벤을 운행하지만 이번엔 벤을 이용하지 않고 지프니를 타고 가이사노 몰에 다녀오기로 했다. 가이사노는 SM 가는길에 있는 SM몰보다는 규모가 좀 작은, 하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몰이라고 한다.



사전조사를 한 결과 지프니 비용은 거리마다 다른데 SM몰까지는 10페소, 가이사노는 좀 가까와서 7페소라고 한다. 탈때는 지프니가 서는 정류장이 있는데 내릴때는 천장을 탕탕 두드리면 바로 세워준다고 한다. 차비는 가면서 적다한때 직접 운전사에게 주거나, 뒤쪽에 타고 있으면 옆사람한테 전달해서 운전사에게 주면 된단다.

윽.. 이걸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필리핀에 가면 지프니는 절대 타지 말라고 하는 말들만 들어왔던 터라 걱정은 좀 됐지만, 일주일 지내본 결과 여기 사람들이 참 친절해서 걱정은 접어두고 함 시도해보기로 했다.

엘사어학원에서 나와 길을 건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지프니를 기다렸다. 두대가 왔는데 사람이 넘 꽉 차서 타지 못하고 보내야 했다. 10분정도 더 기다린 후에 온 지프니에는 다행히 빈자리가 몇자리 있었다. 앞서 보낸 지프니도 보니까 사람들이 막 비집고 타던데 또 놓치면 안될거 같아서 운전사에게 가이사노 가냐고 한번 물어보고 바로 올라탔다. 소정이 먼저 탔는데 빈자리가 하나밖에 안보였다. 어쩌나 하면서 올라탔는데 소정이가 앉은 앞자리 사람들이 손짓하면서 앉으라고 하면서 양쪽으로 막 밀착하면서 자리를 만들어줬다. ㅎ

간신히 찡겨서 앉아서 덜컹거리는 지프니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이동했다. 내릴 곳에서 천장을 어떻게 두드리나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옆에 아주머니가 손에 낀 반지를 쇠기둥에 두드리면서 운전사에게 뭐라고 하더니 나에게 "가이사노" 하시는거다. 와우. 내가 탈때 외쳤던 가이사노라는 말을 듣고 친절하게도 지프니를 세워주신거다.. 감격.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알럽 필리핀~~ ㅋ

무사히 가이사노 몰에 내려서 시원한 커피한잔 마시고

밖에 나와서 거리산책도 했다. 거리에서 이런저런 구이들을 파는데 맛있는 냄새가 났지만 점심을 바로 먹고 온 터라 사먹지는 않았다. (사실 뭘 먹어야 할지, 아니 먹을 수 있는게 뭔지 몰라서... ^^)





가이사노 몰은 한국의 대형마트와 비슷하다. 크리스마스가 어제였지만 아직 시즌이라 그런지 관련 물건들이 많았다.





한시간 정도 몰에서 구경하다가 다시 지프니를 타고 엘사 어학원으로 돌아왔다. 두번째 탈때는 나름 여유가 생겨서 옆사람 돈 받아서 운전사에게 전달도 많이 해줬다. ^^


ps)
필리핀 교통도 참 특색이 있다. 경적을 많이 울리는데 앞차가 느리게 가거나 내앞에 갑자기 끼어들어서, 또는 '어딜 끼어들려고 해' 할때 울려대는 분노의 경적이 아니다. 나 지나가니 조심해 하면서 울리는 경적이다. 여기는 중앙선이 있지만 그런거 상관없이 필요하면 중앙선에서 그냥 좌회전한다. 그런다고 상대차선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욕을 하지 않는다. 그냥 속도 줄이고 기다려준다. 사람들도 그냥 아무데서나 막 손을 흔들면서 차도를 건너다닌다.

한번은 갑자기 앞차가 속도를 줄이고 차선 변경해서 가길래 봤더니 자전거가 1차로에서 느긋하게(하지만 열심히) 페달을 밟고 가는 중인거다. 운전사가 "빵빵" 할줄 알았는데 그냥 추월해서 간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지러운데 아주 효율적으로 운전들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일주일 넘게 지내면서 차츰 이것저것 안보이던게 보이는거 같다. 패키지로 여행사 버스 타고 다녔더라면 몰랐을 것들이 보인다. 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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