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5일 목요일

<필리핀 생활 40일차>고양이의 보은

2018년 01월 25일

요즘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들어보면 엄청 춥고 미세먼지도 많아서 야외활동 하기 안좋다고들 하던데 진짜 남의나라 얘기같다. 여기는 거리를 돌아다니면 오래된 트럭이나 지프니에서 나오는 매연이 심하긴 하지만 어학원 내에 있으면 상쾌한 공기에 맑은 하늘, 한가로이 풀을 뜯는 귀여운 새끼염소와 아주 깜찍하고 예쁜 고양이들과 함께 아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식사걱정, 빨래걱정, 청소걱정이 없으니 그야말로 집안일에서 해방이 되어 공부나 여가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상적인 환경인 것이다. 그런데 벌써 여기온지 40일차라니, 다음주가 마지막 주라니.. 정말 상투적인 말이지만 시간이 참 쏜살같다는 표현이 딱 맞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오전 영어수업 두타임 끝내고 점심먹기 전까지 방문앞에 책상 놓고 일을 하고 있었다. 가끔 먹을걸 줘서 안심하고 우리집을 들락거리는 정말 이쁜 냥이가 있는데 문득 옆을 보니 그녀석이 귀여운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거다. 넘 귀여워서 함 쓰담쓰담 하고 잠시 후 보니 어디론가 갔는지 안보인다. 워낙 자유로운 녀석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냐~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짜식 또 왔네. 하면서 옆을 보니,,, 허걱!!! 이놈 입에 뭔가 물려 있다. 자세히 보니 쥐였다. 으악.. 그 쥐를 내 옆에다 내려놓더니 앞발로 툭툭 치면서 나를 쳐다보는거다. 헐.. 문득 이녀석이 나 주려고 가져왔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겁을 하고 문을 열고 책상을 들여다 놓고 들어와버렸다. 문을 여니까 쥐를 들고 들어오려고 하길래 얼른 문옆에 있는 빨래통으로 가드를 치면서 못들어오게 막았다.


흐미.. 집안에서 1,2분 정도 서성거리다가 혹시 쥐 물고 다시 딴데 갔을까 싶어서 문을 살짝 열어보려는데 문이 잘 안열리는거다. 이녀석이 문앞에 있어서 그런가 싶어 살짝 힘을 주고 밀다가 또 기겁을 했다. 이녀석이 문앞에서 쥐를 바짝 밀어놔서 문틈으로 쥐 꼬리가 끼어서 잘 안열렸던거다. 와.. 진짜 살면서 이렇게 놀랐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결국은 사무실에 얘기해서 쥐를 치웠다. 자기가 준 소중한 선물을 안받아줘서 혹시 기분이라도 상했나 싶었는데, 조금전 다시 우리 집앞에 와서 너무나 당당하게 냐옹거리면서 먹을걸 요구하는 녀석을 보니 그건 아닌거 같다.

조금 끔찍(?)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아이고 요놈 참 이쁘고 귀엽다. 한국에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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