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5일 금요일

<필리핀 생활 20일차> 필리핀 생활의 장단점.

2018년 1월 5일.


필리핀 생활이 나름 익숙해졌다. 한국에서 바쁘게 지냈던 날들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 여유롭고 느릿느릿한 생활에 적응이 된듯 하다. 여기 온지도 벌써 20일째 3주가 다 됐다. 7주 스케줄로 와있으니 벌써 거의 절반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진짜다. 방금 날짜 세보고 놀랐다. ㄷㄷㄷ

이쯤에서 필리핀에서 생활하면서 좋은점과 나쁜점을 함 적어볼까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리핀 안에 있는 어학원이라고 해야겠지만..

좋은점
1. 춥지 않다.
   지금쯤 한국은 엄청 춥겠지? 마침 오늘은 소한이다.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볼이나 발가락이 얼어붙는 한국의 한겨울은 정말 괴롭다. 필리핀이 열대지방이라 너무 더울거라 걱정했는데 와보니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거의 없다. 한국의 여름처럼 습하지도 않으면서 기온도 그리 높지 않아서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다.

2.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거의 밤 11시면 잠자리에 들고 6시 50분에 일어나서 7시 10분쯤 아침식사 하러 간다. 한국에 있을땐 아침은 거의 걸렀는데 여기선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먹는다.

3.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언제 이렇게 온가족이 한방에서 7주씩이나 함께 생활해 보겠는가. 온전히 함께 생활하면서 가족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   는 사실 잘 모르겠고.. 그냥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ㅡㅡ

4. 물건값이 저렴하다. 특히 먹을거리들.
   사실 여기도 공산품들은 한국과 비교해서 그리 싸진 않다. 특히 다국적 브랜드들은 한국과 별 차이도 없다. 하지만 먹을것들, 특히 간식류는 정말 싸고 맛도 좋다. 간식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글을 한번 남겨야겠다. ㅎ

5. 영어로만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영어 연수를 왔으니 당연한거겠지만, 아이들 때문에 왔는데 부모도 이렇게 영어수업을 하는건 참 좋은거 같다. 1대 1로 마주하고 앉아서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영어로 정리가 안돼서 말이 안나오는 상황이 정말 괴롭지만 뭔가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는 최면을 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 나중에 애들은 두고 우리 부부만 추울때 한두달 정도 다시 연수를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6. 집안일을 전혀 신경 안써도 된다.
   이건 나보다는 소정이가 더 와닿는 부분일거다. 물론 비싼 학비를 내고 와있어서 그런거긴 하지만, 여기서는 공부하는것 말고 집안일에 대해 신경쓸게 없다. 숙소엔 침대와 책상, 화장실만 있고 밥은 방에서 나와서 10미터 정도만 가면 삼시세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일주일에 두번 신청하면 신청한 날에 청소도 해준다. 숙소 내 물건이 고장나거나 형광등 수명이 다되었거나 하면 이것 역시 요청하면 수리/교체 해준다. 빨래도 일주일에 두번 빨래통에 담아서 아침에 내놓으면 그날 오후에는 빨아서 숙소 앞 빨래걸이에 널어준다. 크~ 정말 여기와서 맘놓고 공부만 할 수 있어서 넘 좋다(고 한다.. 소정이가.. ㅎ)

7. 수영을 맘대로 한다.
   어학원 내에 있는 커다란 풀장에서 저녁식사 후 한시간 정도 수영을 한다. 오후 5시에 저녁식사를 하고 6시쯤에 수영을 하는데, 보통은 이시간엔 나 혼자다. 열심히 몇십번 왔다갔다 하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더운곳에서 따로 운동하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수영을 맘대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8. 밤에 덥지 않다.(열대야 현상이 없다)
   열대지방이라 엄청 더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덥다. 여기온지 3주가 다됐는데 30도 넘는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30도가 넘어도 한국의 한여름처럼 후텁지근하지 않다. 햇볓은 엄청 따가운데 그늘만 찾아들어가면 참을만 하다. 특히 밤에 열대야 현상이 없다. 새벽에는 선선한 느낌이 들어서 이불을 끌어서 덮는다. 지난여름 한국에서 숨이 턱턱 막히고 잠을 못잤던 기억이 생생한데, 한국의 여름이 열대지역보다 더웠던 거였다니.. ㅡㅡ


나쁜점
1. 좋아하는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없다.
   한국은 회사든 집이든 문열고 나가면 커피숍들이 즐비해서 가성비 좋은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있었는데 어학원 안에 있는지라 먹을만한 커피가 한국에서 챙겨온 카누밖에 없다. 어학원이 워낙 시골에 있어서 나가도 커피숍은 커녕 편의점도 없다. 주말에 어학원 밴이라도 타고 복합 몰에 나가야 커피숍이 하나정도 있다. 그나마 자주 가는 SM몰이나 가이사노몰에 각각 한개씩만 커피숍이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가면 무조건 아이스라떼나 카푸치노 마시고 들어온다.

2. TV를 못본다.
   숙소에 TV가 없다. 와이파이라도 잘 되면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해서 보겠지만 여긴 와이파이도 잘 안터진다. 혹시 이럴까봐 한국에서 직구해서 가져온 mifi에 유심 사서 꽂아서 간신히 노트북으로 일만 겨우 하는 수준이다. 즐겨봤던 프로들이 그립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무한도전, 썰전, 알쓸신잡2 등등)

3. 가족과 함께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장점이면서 단점인듯. 평소 아이들과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생활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거겠지만, 가끔 너무 맘에 안들고 화가 나는 경우들이 있다. 쉬는날이면 10대 아이 둘이 하루종일 뒹굴거리면서 스마트폰만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건 정말 고역이다. 이런저런 규칙을 정해서 제한을 해도 잘 안된다. 여기와서 가장 열공하는 사람은 소정이다. ㅋㅋㅋ

4. 돈을 많이 썼다.
   모든게 그렇겠지만 뭔가 하려면 다 돈이 든다. 여기 와서 누리는 것들도 한국에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왔으니 가능한거 아닌가. 여기 오느라 쓴 돈에, 여기 와있으니 벌지 못하는 돈까지 하면 참으로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는 거긴 하다. 하지만, 단점으로 쓰긴 했지만 이정도 투자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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